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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World/Moroco

9월21일]배드버그의 공포[모로코 샤프쉐우엔 탕헤르]

by 福이와요 2018. 9. 27.

새벽에 잠을 깼다. 몇 일 전부터 배드버그에 물려 고생을 했는데 오늘 새벽에는 잠을 깰 정도로 심각했다. 우리가 모로코 마라케시에 처음 도착한 다음날 아내가 벌레에 물린 것처럼 붉어지기 시작했다. 배드버그를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는 모기나 다른 벌레를 의심했다. 나는 전혀 물리지 않았는데 아내만 물린 것도 그렇고 사실 배드버그가 아니길 속으로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도시 메르가주 알리네에 도착해서 모든 옷짐을 햇볕에 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도 배드버그에 물리기 시작했고 오히려 아내는 물지 않았다. 패즈의 숙소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편히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가장 심하게 공격을 받았다. 양쪽 다리와 팔뚝어깨에 흔적을 남겼다. 붉게 부어오르고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배드버그를 옮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면 샤워를 하고 숙소에서는 속옷만 입고 움직였다. 이곳 모로코의 숙소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이 많았고, 습하지는 않지만 침구에서 눅눅한 느낌을 느끼곤 했었다. 당장이라도 빨래방 건조기에 넣고 돌리고 싶지만 이곳엔 빨래방도 없었다. 배드버그에 대한 스트레스는 엄청났다. 몸이 가렵고 찝찝한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배드버그를 전파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컸다. 인터넷을 통해 배드버그의 사례와 퇴치방법을 보니 더욱 심각해진다. 이대로 여행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고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아내와 나는 맘 고생도 아주 심해졌다. 스페인에 돌아가면 빨래방부터 찾아갈 생각이다.


어제 보았던 멋진 모습을 다시 보기위해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많은 여행객들이 페즈를 건너뛰고 이곳에서 하루 이틀 더 묵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골목에서 만난 아이들과 모로코인들 또한 우리를 더욱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골목에서 사진찍기 좋은 곳이 있으면 안내해준다우리가 만난 젊은이는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탕헤르로 향하는 CTM버스는 하루에 한 대 뿐이지만 다른 버스는 여러대 있다고 하며 예매도 필요없다고 해서 당일 예매를 하려하는데 너무 저렴하다. 혹시나 하고 에어콘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급히 CTM버스로 달려가니 표가 없다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버스의 좌석은 오래되어서 낡았고 에어콘은 작동되지 않았고 창문은 운전기사석 옆에 하나 있고 천정에 통기구가 2개 열여 있었다. 두시간반을 가야하는 거리인데 매우 당황스러웠다. 출발시간이 멀지 않았음에도 많은 승객들이 차에 타지 않고 근처 그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 5분전에 차량에 올라타니 사람들이 하나둘 탑승하기 시작했다. 출발시간 10분이 지나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모든 좌석이 체워진 다음 차량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차량이 움직이니 생각보다 심각하게 덥지는 않았다. 어제 잠을 설친 탓인지 달리는 버스안에서 내내 잠을 잘 수 있었다.

세시간 가량 걸려서 탕헤르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탕헤르는 모르코의 다른 도시에 비해 깔끔하고 고층건물들이 많았다. 유럽에서 유양지로 많이 찾은 곳이라 그런지 멕도날드 피자헛간판도 보이고, 최고급 리조트 호텔들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구시가지 안에 위치한 호텔에서 묵었다. 배드버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변을 한참 살펴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 벌레한마리가 눈에 띄었다. 배드버그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도 편히 잘수 있을는지 걱정이었다. 다행이 배드버그에 더 이상 물리지는 않았고 새벽에 왱왱거리는 모기소리에 깨어서 모기 한 마리 때려잡았더니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모기인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