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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World/Tanzania

3월27일] 능위해변, 노예시장 박물관 단상 [탄자니아 잔지바르]

by 福이와요 2018. 3. 29.

어제의 일정이 엉클어지면서 오늘은 어찌해야할지 prison tour를 해야 할지 능위해변을 구경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고민 끝에 결국 휴양도시 잔지바르를 대표하는 능위해변을 보기로 결정했다. 어제 달다달라 정거장의 위치도 파악했으니 이동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그것도 장대비로 쏟아 붇는다. 곧 그칠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리다 보니 2시간 반이나 지났다. 덕분에 무더위는 누그러졌지만 맑은날 바다를 보아야 빛깔이 예쁠텐데 그렇지 않을까 걱정이다. 약간 누그러지고 하늘빛이 밝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11시경 숙소를 나와 능위로 가는 달라달라 정거장으로 향했다. 어제 헤맨 길을 오늘은 헤매지 않고 달라달라 정거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아침은 근처의 햄버거 가게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능위로 가는 달라달라에 올랐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려 능위에 도착했다. 포장되지 않은 길가에 비가 내려서 많은 물이 고여 있었다. 마치 인도의 지저분한 시골마을에 온 것 같다. 길가에 쌓여있는 휴지와 오물들과 허물어진 건물들이 이곳이 잔지바르 최고의 휴양도시인 것이 믿기지 않았다. 거리의 음식점들에는 수많은 파리 떼가 날아다녔다.

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구획 정리되지 않아 마치 미로를 찾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도착한 해변 좌우로는 최고급 리조트들이 선점이라도 한 듯 자리 잡고 있었고, 우리처럼 이곳에 숙소 없이 찾아온 사람들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 조차 민망한 상황이 펼철저 있었다. 탈의실이나 샤워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비는 계속내리고 해서 그곳을 바로 빠져 나왔다.

MAPS ME 지도를 보니 북쪽 해변보단 서쪽해변에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해서, 좀 나을 것 같아 보였다. 비도 조금 그치는 것 같아 서쪽해변도 살펴보기로 하고 이정표도 없고 미로 같은 길을 찾아 서쪽해변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는 식당들이 좋은 자리는 선점하고 있었다. 점심때도 되어서 식사를 해보려 했지만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싸다. 결국 식사는 포기하기로 했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비가 와서 바다색이 아주 곱지는 않았다. 흐린 날의 바다색도 이 정도인데 맑은 날은 얼마나 고울지 상상이 가능할 정도다. 그런데 이곳 역시 식당과 상점이 점령해버린 듯한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능위에서 만난 아이들이나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면 최고급 리조트와 휴양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높은 담벼락에 전기울타리가 쳐진 리조트는 그들에게 접근 금지 구역, 평생 넘을 수 없는 담벼락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잔지바르의 멋진 해안가에는 이렇게 리조트와 휴양시설로 도로에서는 바다를 보기조차 어려웠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그들에게 축복을 주기보다는 소외되고 좌절감을 심어주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본다. 주인이 주인행세를 하지 못하는 그들이 안타가워 보였다.




결국 점심식사는 현지식당에서 닭꼬치를 곁들인 감자튀김으로 먹었다. 식당 안은 너무 덥고 파리가 많아서 건물 옆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서 먹었다. 3,4세로 보이는 아이 둘이 우리를 바라보기에 손짓을 하니 다가온다. 꼬치에 감자튀김을 꽂아서 손에 쥐어 주니 아장아장 집으로 향한다.

약간의 비를 맞았고 바닷가에 거닐다 바지가 바닷물에 조금 젖었다. 비는 그치고 햇살이 약간씩 비추는데 달라달라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젖은 옷의 찝찝함과 따가운 햇살이 비추는 달라달라 안은 너무 힘들었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 씻고 싶은 생각만 굴뚝같았다.

내일 공항으로 가는 달라달라 정류장 위치만 확인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노예시장 전시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번 이곳을 돌아다녔지만 알지 보지 못하다 마지막 날 발견한 것이다. 아프리카 흑인노예시장의 역사를 접해보고 싶어서 1인당 US$5의 비교적 비싼 입장료에도 망설이지 않고 입장했다.

그런데. 그런데. 프린트된 패널이 세 개의 방에 전시되어 있고 네번째 방엔 아프리카 기념품 가게가 있다. 패널의 내용이 1단계는 아프리카의 문화와 흑인들의 삶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영어로 된 설명이 길지 않아서 내용이 어렵진 않았다.) 그런데 2단계에서 부터가 문제였다.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정확한 해석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고 느낀 점을 기술한다.) 그 내용은 아프리카 부족 내에서 이전부터 노예가 존재하였고, 유럽인들에게 노예시장 거래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이들은 아프리카 원주민 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백인들의 도덕적 책임을 합리화시킨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노예제도의 비인간성이나, 노예무역으로 잔인하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이 내용이 진행 되었다. 6번째 FREEDOM이라는 단계에서는 이들의 노예해방을 위해 기독교에서 선교활동을 통해 노예가 해방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식으로 마무리 되어있었다. 마치 노예무역을 이용한 기독교의 홍보관처럼 느껴졌다. 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 잔지바르 노예시장터에 이런 관점으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슬펐다.

결국 시간이 늦어져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빨래한 옷들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 결국 선풍기를 돌려 빨래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탄자니아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