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팔둑이 가려워 살펴보니 세곳의 포인트를 확인하는 순간 베드버그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침대를 살펴보니 거기에는 기어가는 벌레가 눈에 들어왔고 손으로 누르니 빨갇게 피가 터져 나온다. 이불을 걷어붙이고 자세히 살펴보니 두 마리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아내를 깨워 베드버그가 있다고 하고 아내의 침대를 확인하니 역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맨붕이왔다. 모르코에서 너무나 고생했기에 베드버그를 보는 순간 공포로 다가왔다. 나무 사물함에 보관했던 가방을 살펴보니 여기에도 대형 베드버그가 발견되었다. 주변의 멕시코인들은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그저 신기하게만 바라보는데 우리는 거의 넋을 잃고 사태를 어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호텔 리셉션에 상황을 예기하니 미안하다는 말과 당장 객실을 폐쇄하고 소독을 취하겠다는 말만 한다. 나의 팔둑에 두세 곳의 흔적만 있었고 11시에 출발하는 오악사카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호스텔에 별다른 항의도 하지 못하고 터미널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가 출발하고 곧바로 베드버그의 흔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보다 아내가 훨씬 많이 물렸고 목과 얼굴등 바로 노출되는 부분의 피해가 심각해졌다.
이틀전부터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과정에서 결재 에러가 나서 최종결재를 하지 못하고 왔는데 화면캡쳐한 것을 보여주니 한참을 고민하다 우리에게 어린이표로 두장을 발권해준다. ADO 버스 직원의 권한으로 할인을 해준 것 같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버스티켓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버스안에서부터 베드버그의 흔적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뚝에서 시작된 흔적은 등과 목으로 번졌고 얼굴과 눈덕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내나 나나 비슷하게 물렸지만 피부가 민감한 아내가 훨씬 가려워한다. 정말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해졌고 가려움은 점점더 심해져만 갔다.
버스안에서 가방을 확인하는데 가이드북이 없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제 침대 머리맡에 책을 올려놓았는데 침대 밑으로 떨어졌나보다. 아침에 베드버그 소동 때문에 침대밑을 확인하지 않고 숙소를 나온 것 같았다. 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더니 다행이도 찾아서 책을 보관하고 있었다. 다합에서 만난 민현씨가 10일 멕시코에 온다는 말이 생각나 민현씨에게 카톡을 보냈다.
버스에서 내려 예약해둔 숙소에 걸어서 이동했다. 입고 있던 옷에서 베드버그가 나올까 비닐봉지에 밀봉을 하고 배낭은 지퍼를 열지 않은체 침대에서 가장 먼곳에 배치를 해두었다. 샤워를 하고 방과 가방주의에 모기 바퀴벌레 살충체를 다량살포 한뒤 밖으로 나와서 저녁식사를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침대를 꼼꼼히 살피고 모든 옷을 벗고서 침대에서 들어가 잠을 잤다.
밤새 가려움 때문에 잠을 쉽게 잘 수 없었고, 새벽 4시경 깨어서 더 이상 자지 못했다. 베드버그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고민하다보니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창밖에는 장마라도 진 것처럼 굵은 장대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내일은 햇볕이 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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