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기 전 새벽에 모기 때문에 다시 잠에서 깼다. 이곳의 모기는 매우 독한 것 같다. 모기에 물리면 바로 심한 가려움증이 생기고 긁으면 바로 상처가 된다.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내는 땀을 흘리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잔다.
창밖으로 먼동이 보이기에 호수가로 향했다. 다른 방에 묵고 있는 노부부가 선착장에 앉아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편 하늘에 약간의 구름이 있어서 둥근 해를 바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때문에 더욱 멋진 일출광경을 볼 수 있었다. 호수와 어울어진 멋진 광경은 폰으로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온다.
잠이 부족해서 인지 다시 숙소로 들어가 11시까지 잠을 잤다. 낮이 되니 모기의 기승이 좀 덜한 것 같아 그나마 편하게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된장국으로 아점을 해결하고 벤치에 앉아서 오후 늦게까지 휴식을 취했다. 호수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곳에 우리를 한참 잡아놓고 있었다.
스노쿨링 장비를 챙겨들고 호수에 들어갔다. 발을 딛고 설 수 없는 깊이인데도 아내는 잘 다닌다. 다만 핀(오리발)이 없어서 조금을 이동해도 숨이 차고 힘들다. 스노쿨링으로 중심가까지 이동하려고 했던 계획은 무리였다.
스노쿨링을 마치니 해가 서산에 거의 기울었다.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햇빛이 없어서 호수가의 옥색은 빛을 바랬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에 아내는 감탄을 한다. 호수에 설치된 데크와 초가지붕을 올린 정자는 마치 몰디브 해변에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자전거를 타고 Negro Cenote로 향했다. 호수와 연결되어 있는 세노떼로 수심이 100m정도나 된다고 한다. 구글 위성사진을 보니 정말 검(negro)게 보인다. 그러나 입장료 5페소를 내고 들어간 세노떼는 그저 작은 호수처럼만 보인다. 물속의 깊이를 주변에서 봐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스노쿨링을 착용하고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늦은 시간인데도 패들링(서핑보드에 서서 노를 저어 이동하는 엑티비티)하는 사람과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곳에는 이런 세노떼가 네곳이나 있다고 한다.
어제 문을 닫아서 먹지 못한 식당(El Baril Grill)을 다시 찾았다. 이곳 동네 분위기 치고는 상당히 비싼가격(2인 500페소 정도)이라 그런지 방문한 손님들 중에 멕시코인들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카드와 현금 300페소 만 들고 나왔는데 카드가 안된다고 한다. 결국 나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 가서 현금을 더 들고 나왔다. 또 한가지 문제는 바로 모기 자전거 타고 간 나를 기다리는데 모기의 공격이 너무 심해 주문 취소하고 일어서려고 하니 모기 기피제를 뿌려 줘서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음식 맛은 나쁘지 않았다. 메뉴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그런데 멕시코 분위기가 전혀 안나는 요리였다. 식탁에는 살사도 준비되지 않은 서구 유럽식 식당이었다. 플라야델카르멘에서 같은 음식을 먹었다면 어마어마한 가격을 치루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대로 식사에 만족했다.
어제의 모기 공포에 대비해 많은 양의 모기약을 살포했다. 호수가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와서 모기가 전혀 물지 않아서 비치체어에 한참을 누워서 마지막 바깔라르의 밤을 느꼈다. 오늘밤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그러나 결국 모기와의 전쟁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는 모기에 물리지 않고 잘 잤는데, 마지막 새벽에 모기에 물려 잠에서 깼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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