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4.
호치민의 첫 번째 일정으로 맵메인이라는 식당으로 향했다. 미슐랭 2년 연속 1스타 식당으로 10시 30분 시작하는데, 10시 15분부터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나를 시작으로 두 팀의 한국인이 더 오고 나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사진부터 찍고 나서 식사를 시작했다. 다른 모든 테이블도 마찬가지로 사진 찍고 식사를 시작한다. 혼자 오니 다양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 코코넛 새우 볶음밥과 반쎄오, 수박 주스를 주문했는데 역시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다. 결국 반쎄오를 두 조각이나 남겼다. 음식은 맛있고 깔끔하고 좋았다. 그런데 38만 동이라는 음식 가격의 가치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선선한 곳에서 지내다가 오늘 낮에 돌아다니니 몸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달랏의 어느 곳, 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오른쪽 팔이 따끔하게 뭔가 쏜 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그곳이 발갛게 올라온다. 선선한 날씨에는 별 반응이 없더니 더운 날씨에서 지내니 바로 반응이 올라온다. (밤에는 더 많이 가려웠다.)

베트남 통일궁에 방문했다. 구글맵 한글은 통일궁으로 표현되는데, 영어로는 Independence Palace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곳의 역사를 보니 다른 표현 방식이 사용되는 이유가 나름 이해되었다. 프랑스 제국 총독부라는 관점에서는 독립궁이 맞고, 베트남 남북전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통일궁이 맞는 것이었다. 하노이에서 돌아본 호치민 주석궁과 많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노이 주석궁이 검소하고 단순함에 놀랐었는데, 이곳 호치민의 통일궁은 웅장하고 사치스러움에 놀랐다. 정부에서 호치민 주석을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 곳은 너무나 달랐다.



다음은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외부에는 군사 무기가 전시되어 있었고, 3층으로 된 건물에는 3층부터 2층, 1층의 순서로 관람이 이루어졌다. 3층 1전시실은 내부에 베트남 전쟁의 역사적인 기록실이었다. 프랑스 식민지 해방 시점부터 남베트남 통일궁 점령으로 인한 통일의 순간까지의 기록을 사진과 많은 텍스트 설명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QR코드 자동 번역을 통해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많은 텍스트로 인해 관람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꼼꼼히 설명을 읽어가며 관람했다. 2, 3, 4전시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종군 기자들이 찍은 사진 전시실이었다. 전쟁의 참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들이 너무 많았다.


.2층 6전시실은 전쟁 범죄(War Crime)라는 전시실로, 전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전시실이었는데 끔찍한 사진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으로 미군의 네이팜탄 투하로 수많은 민간 피해가 발생했던 모습이 생생히 담긴 유명한 사진(네이팜탄 소녀)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고엽제 피해로 인한 끔찍한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7전시실은 고엽제 피해에 대한 활동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8전시실은 아이들의 관점에서 그린 전쟁과 군인 관련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1층에는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며 벌였던 여러 가지 활동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베트남 전쟁 외국 개입 관련,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을 파병했던 우리나라 관련 자료는 생각.보다 적었다. 군대 주둔지와 전투 관련 내용이 일부 있었고, 1층에는 베트남 전쟁 반대, 전쟁 중지를 전하는 모습이 아주 작은 사진으로만 전시되고 있었다. 오래된 사진 중심의 전시 관람이었지만, 많은 생각과 감정을 경험한 관람이었다.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랩 바이크를 타고 던딘성당(핑크성당)으로 향했다. 예배 시간 외에는 입장할 수 없기에 밖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콩카페에 들어가 수박 주스를 한 잔 시켜놓고 성당을 감상했다. 옆에 있던 대만인(추정)은 내 수박 주스를 이용한 사진을 찍는다. 핑크성당에 붉은 수박 주스가 너무 잘 어울린다.

숙소로 들어와 약간의 휴식 후, 해가 지기 시작하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시청사와 도심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시간 맞춰 나왔다. 주변에 시티 투어가 눈에 들어온다. 탑승장에 갔더니 야간 투어 45분이 14.5만 동이라고 한다. 비싼 줄 알았는데 너무 저렴한 요금이었기에 바로 구입하고 2층에 승선했다. 출발과 동시에 연신 셔터를 눌렀다. 계획에 없던 관람이어서인지 만족도는 최고였다. 해가 떨어져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2층 버스 투어는 호치민 최고의 투어였다고 생각했다. 정말 멋진 투어였고, 발전해가는 베트남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투어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투어를 마치고 도착한 거리의 대부분은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베트남의 평균 연령이 30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젊은이의 나라, 젊은이의 도시답게 밤거리는 활기차 있었다. 내가 베트남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정직하고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사람들의 모습보다 더 좋았다. 앞으로 아시아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베트남 사람들, 볼수록 정이 간다.

부이비엔 여행자 거리로 향했다. 영상으로만 보았을 때 흥청망청, 무질서와 좋지 않은 인상으로 느껴져서 갈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그곳에 방문했다. 바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예쁜 아가씨들이 보였고, 잘생긴 남성 댄서들도 일부 보였다. 내가 엉뚱한 상상을 한 것이었나? 여기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도 있었고, 어린아이들도 일부 있었다. 생각했던 만큼의 불건전한 환락의 거리는 아니었다. 숙소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안주와 맥주 한 병을 주문했고, 분위기에 취해 안주 하나 추가하고 맥주 두 병을 추가로 마셨다. 해산물 안주 위주로 시켰더니 가격이 꽤 나왔다. 그러나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취한 저녁 식사 겸 한잔이었다.


숙소로 들어오는데 노점 과일상이 보인다. 안 먹어본 과일이 있기에 가격을 물어보고 0.5kg만 주문하니 아주머니가 먹기 좋게 다듬어 준다. 슈가애플이라는 열대과일인데 큰 씨앗이 있지만 달고 맛있다. 번역기를 돌려 맛있다고 하고 추천해 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내내 웃으면서 대해 주신다. 맛있으니까 내일 또 오라고 한다. 오늘 밤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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