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12.
계획에 없이 방문했던 이곳에서는 달랏 여행 유튜브를 보면서 여행 코스를 계획했다. 어제 반나절 둘러본 숙소와 가까운 시내 코스를 돌아보길 정말 잘했다. 오늘은 기차 타고 린푸억 사원 방문하고, 꽃의 도시 달랏의 꽃들을 보기 위해 꽃정원을 둘러보고 야시장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일정을 잡았다. 달랏의 마지막 날인 내일은 케이블카를 타고 죽림서원을 가고, 폭포도 방문하고 공항으로 이동할 계획을 잡았다. 3일 내내 관광을 해도 돌아다니는데 안 가본 곳이 많다. 이곳 달랏은 반드시 재방문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트남에서 가장 매력 있는 도시이다.
린푸억 사원을 보기 위해 기차역으로 그랩바이크를 타고 이동했는데, 그런데 경찰들이 호수의 남쪽 람비엔 해안도로를 통제해서 주변의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 누가 오길래 도로를 전면 통제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랩 기사가 대성당 쪽으로 우회하여 골목길을 돌아 돌아 달랏 기차역에 도착했다. 나는 기차 시간에 쫓기고, 기사는 예정 경로 이탈로 손해 볼 것 같고, 헬멧을 벗지도 않고 표를 사려고 하다가 뒤늦게 뛰어가 기사에게 건네는 해프닝도 있었다. 기사에게 운임에 더해 1만 동의 팁을 결제했다.
기차표를 왕복으로 끊었다. 종착역에 도착하면 30분 후에 다시 그 기차를 타야 한다. 편도로 구매하고 그랩을 타고 돌아올 생각도 해봤는데, 일정이 늘어질 가능성이 예상되어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 기차역을 출발한 열차는 마을을 뚫고 지나간다. 도로와 철도의 경계가 없는 공용도로를 지날 때는 열차가 아주 천천히 운행한다. 창문으로 널려져 있는 빨래가 보이는 누군가의 집 옆을 지나기도 하고, 낮은 울타리 너머 대화하는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주 가깝게 지나가기도 한다. 채소밭에서 일하는 농부들 바로 옆을 지나기도 하고, 대규모 단지의 비닐하우스 옆을 지나기도 한다. 폐기된 열차 선로라 선로 위에 자갈은 보이지 않고 풀로 가득 채워져 있는 선로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쓰레기로 덮여 있기도 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린푸억 사원(Chùa Linh Phước)으로 서둘러 걸었다. 내가 런닝맨을 찍고 있나 싶을 정도로, 첫 번째 대불상이 있는 대웅전(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내부를 둘러보고 계단을 통해 2, 3층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다음으로 해수관음상이 있는 법당을 둘러보고, 꽃으로 만든 해수관음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으로 종탑의 좁은 계단을 돌아 돌아 종탑 꼭대기에 올라서자마자 다시 돌아 돌아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열차 출발 3분 전에 도착했다. 순간 나의 판단을 후회했다. 도자기 조각을 사용해 대부분을 장식한 이곳은 매우 아름다웠다. 이 사찰을 지은 이들에게서 강한 종교적인 신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했다. 구석구석 그런 정성과 손길을 느끼지 못하고 뛰어다녔던 내 모습이 후회되었다. 달랏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또 생겼다.
린푸억 사원에 뛰어갔다 왔더니 땀도 나고 힘들었다. 기차역 카페에 앉아서 푸른 하늘과 기차역에 관광 온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쉬었다. 진한 블랙커피도 한 잔하고, 일기도 쓰면서 그렇게 한참을 쉬었다.
꽃정원(Vườn hoa thành phố Đà Lạt)을 방문했다. 여행을 마치면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방문했다.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울려진 꽃 정원은 나의 시선을 강탈했다. 강한 햇볕에 살이 벌겋게 타들어가는 줄 모르고 2시간 동안 정원의 모든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햇볕만 아니었으면 1, 2시간은 더 보낼 수 있었다. 시기상 대부분의 화초들이 만개하지는 않아서 다소 아쉬웠지만, 상상만으로 만개한 꽃을 감상하면서 즐겼다. 인천 장모님이 여기 오시면 정말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달랏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햇볕에 익힌 몸을 잠시 쉬어야 했다. 주변에 카페를 검색해 보니 달랏대학교 주변에 이색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멀지 않은 거리이기에 걸어서 카페에 도착했다. 그런데 카페 내부의 일부를 수리 중이라서 시끄러웠다. 다른 곳으로 옮기기에는 많이 걸었다. 그곳에서 소음과 함께 음료를 마시며 휴식했다. 그랩을 타고 숙소로 돌아와 약간의 빨래와 휴식을 취했다.
오늘 저녁은 밤이 되면 더욱 핫해진다는 달랏 야시장을 둘러보면서 간식거리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어제는 너무 이른 시간에 야시장을 구경해서 썰렁했는데, 늦은 시간의 야시장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곳으로 향했다. 달랏의 몽마르트 언덕이라는 그곳에는 많은 젊은 연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제 본 인파하고는 규모가 달랐다.
달랏마켓 주변의 가게들을 구경하면서 상가 계단을 통해 콜린호텔 입구에 올랐다가 다시 걸어 내려왔다. 그런데 한 상가가 상중으로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의상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시선을 멈추고 잠시 살펴보았다. 정 중앙에 영정이 모셔진 제단이 있었고, 누가 봐도 상주인 듯한 사람과 하얀 상복을 입은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문상 온 손님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몇 개 보였고, 망자의 혼을 달래듯 몇몇 문상객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의 장례식과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같아 보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부분 장례식장에서 치르지만, 40년 전에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집안에 천막을 치고 장례를 치렀고, 도시의 장례식 또한 비슷했다. 같은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장례식이 아주 유사한 모습으로 보였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첫 번째 간식으로 반짱느어를 먹었다. 베트남 길거리 피자라고 하는데, 맛은 피자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다. 둥근 라이스페이퍼에 각종 토핑을 올려 구운 간식이기에 누룽지 맛이 강했고, 각종 토핑 재료에 베트남 소스를 올렸기에 매콤한 스낵 같은 맛이었다.
두 번째 간식은 꼬치구이에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내가 선택한 꼬치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방식으로, 맥주 안주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 계신 한국 남성 두 분이 인사를 한다. 딱 봐도 서로 한국인임을 알 수 있었고, 나와 비슷한 연배로 네 살 많고 한 살 어린 분들이었다. 그들이 가져온 소주 두 잔을 얻어마셨다. 맥주 말고 독한 술이 곁들여지니 술술 넘어간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행을 좋아하고 스쿠버를 하신다는 분하고는 아주 깊은 공감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푸켓 스쿠버에 대한 좋은 정보도 얻었다. 오늘 밤 출국하신다는데 어제 하루 일찍 만났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다.
세 번째 간식으로 구운 옥수수를 먹었다. 12년 옥수수 농사꾼이니 옥수수 맛은 봐야지. 맛에 대한 평가는 ‘역시 옥수수는 꺾어서 바로 쪄먹어야 맛있다’는 진리를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도 도착할 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특히 젊은 커플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베트남 제1의 신혼여행 도시임을 인정했다.
숙소에 들어와 거울을 보니 많이 탔다. 라운드 티를 입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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