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무리한 탓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콜렉티보를 타고 시내 광장으로 향했다. 무료워킹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도착한 광장의 십자가 주변에는 이미 25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미국인이 가장 많았고 유럽에서 온사람들도 꽤 많았다. 동양에서 온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오늘 내일이 죽은자의 날이기에 지금 참여하는 워킹투어가 더욱 기대되었다.
산크리스트발 성당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투어가 시작되었고, 산토도밍고 성당을 가기위해 수공예품 천막 시장을 거치며 호박(Ambar)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가짜를 선별하는 방법과 좋은 호박을 고르는 법에 대해 설명을 한다. 산토도밍고 성당 설명을 마치고, 조그만 카페에 들어가 커피한잔을 시음하며 커피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다. 산크리스토발에서 가장 예쁜 골목길에 있는 갤러리의 옥상에 올라가 산크리스토발 조망도 하고 벽에 그려진 그림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싸파티스트단체(Zapatistas)에서 운영하는 샵에 방문해 그들의 할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NAFTA 신자유주의에 저항한 조직으로 곳곳에서 싸파티라는 간판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우리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었지만, 전시 판매되고 있는 물품만 보아도 그들 단체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유무역 체결 당시 그들이 주장했던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의 상황을 보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멕시코에서 대부분의 원주민(인디오)들과 백인들과 엄청난 빈부격차를 생각하니 더욱 막막해진다. 몇 일 전 광장에서 땅콩을 팔고 있던 어린아이가 갑자기 생각났다.
다른 도시의 워킹투어하고는 다르게 이곳의 워킹투어에서는 마실것들이 제공된다.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로 마셨고, 비건레스토랑에서는 특별한 음료도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는 지역 전통술인 포쉬(데낄라 메스깔과 비슷)도 시음할 수 있었다. 물론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시음이었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마실 수 있었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워킹투어로 많이 걸어서 힘들었지만 다른 도시와는 좀 색다른 워킹투어라 좋았던 것 같다.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개 한 마리가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가이드와 관광객은 바뀌어도 얘는 항상 바뀌지 않는다고 가이드가 소개를 해주었다. 자신이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앞장도 섰다가 뒤따라 오기도 했다. 실내로 들어가는 카페와 식당에도 항상 따라 들어왔고 주인들도 그에게 인사를 건낸다. 성당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데 구걸을 하는 사람이 다가오니 큰소리로 짖어서 쫓아낸다. 차도를 지날 때 빠르게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고 짖어대는 등 자신이 마치 보디가드라도 된 듯 모든 일행들을 보살핀다. 이번 워킹투어 최고의 영웅은 이녀석이었다.
힘든 일정이어서 집으로 들어가 조금 쉬다가 어두어지면 판테온(공동묘지)에 가기로 마음 먹고 유심을 충전하기 위해 시내 광장을 지나갔다. 그런데 광장에서 오랜만에 청주에 근무하는 두분을 만났다. 곧 떠난다고 하니 같이 식사라도 하자고 해서 저녁때 시내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집에서 좀 쉬다가 다시 시내로 나왔다. 이미 시내는 죽은자의 날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시내로 향하는 도로에는 교통정체가 심해져 있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잇싸이와 몇 명의 학원 식구들을 만났다. 그 동안 공들인 노력이 있었는지 잇싸이도 반갑게 미소로 반겨준다. 그래도 안아보지는 못했지만..
김미X.X선아선생님들과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지만 같은 지역에서 같은 일을 하고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우린 몇 년을 사귄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식사를 마치고 시내로 향하니 식사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고 도로에는 차량이 통제된 상태로 악단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었다. 악단의 얼굴을 해골로 분장하고 진행된 퍼레이드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거리 곳곳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분장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죽은자들과 어울어진 축제를 벌이고 있다고 할까 죽음에 대한 그들의 철학이 들어가있는 매우 흥미로운 전통축제인 것 같다.
판테온에서 11시에 행사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우리 4명은 택시를 타고 판테온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한 판테온은 분위기가 썰렁했다. 그곳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현지인들도 잘알지 못하는 행사로 죽음에 대한 멕시코 전통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는 행사라고 했다. 30~40명 정도가 입장을 했는데, 스페인어로만 진행되고 입장료도 1인당 220페소이라고 하기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장을 안 하기로 했다. 코코 영화에서 본 것처럼 공동묘지에 밝혀진 촛불을 기대하며 방문한 우리는 매우 실망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aroundWorld > Mexico'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3일]산크리스토발에서 칸쿤으로[멕시코 산크리스토발 칸쿤] (1) | 2018.11.05 |
---|---|
11월2일]차물라의 특별한 경험, 이별을 위한 밤[멕시코 산크리스토발] (1) | 2018.11.04 |
10월31일]마지막 수업[멕시코 산크리스토발] (1) | 2018.11.04 |
10월30일]죽은자의 날 준비[멕시코 산크리스토발] (1) | 2018.10.31 |
10월29일]학원가는 길[멕시코 산크리스토발] (1) | 2018.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