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차물라(Chamula)에 방문하기로 했다. 학원수업을 하면서 주변관광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막판에 몰아서 돌아다니려고 하니 힘들다. 그렇지만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접할 수 있다는 차물라에는 꼭 가보고 싶었기에 몇 일 동안 무리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향했다. 차물라에 가는 콜렉티보가 시장근처에 있기에 물어물어 터미널을 찾아갔다.
15인승 승합차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타고 차는 출발했는데 어린아이 둘을 안고 있는 부부가 차에 탑승한다. 내 옆에는 한자리밖에 없는데 그들을 태운다. 10살짜리 어린남자 아이를 나의 무릎에 앉혔다. 한돌도 지나지 않은 여자 아이는 엄마가 안고 탑승한다. 아이들이 낯을 가리지도 않고 친근하게 잘 다가온다. 막대사탕을 꺼내 하나씩 건네주니 너무 좋아한다.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인디오 원주민들이라서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나의 무릎에 앉아 있는 남자아이에게 이름과 나이를 스페인어로 물어보니 대답해준다. 꼬마 여자애는 나를 보고 소리도 지르고 웃어준다.
콜렉티보는 30분 조금 넘게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후안차물라(San Juan Chamula)교회의 앞에서는 시장이 있었다. 일요일에는 매우 큰 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오늘은 상인들이 별로 없었고 한가하게 느껴졌다. 교회 광장에는 하얀 양털로 만든 전통복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줄을 당겨서 종을 치고 있었다. 죽은자의 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어서 다소 아쉬웠다.
1인당 25페소의 입장료를 내고 성당안으로 들어갔다. 겉모습은 다른 곳에서 본 성당과 비슷했는데, 안의 모습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이 성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모습에 다소 당황되었다. 정면에는 일반 성당과 비슷하게 성모상과 성인들의 상이 설치되어 있었고 좌우벽면에도 여러 성인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체 바닦에는 솔잎이 깔려 있었서 매우 미끄러웠으며, 좌우 테이블에는 수많은 촛불이 타고 있었다. 바닦의 일부에는 솔잎을 치우고 12개 7줄의 촛불을 피워놓고 콜라를 바치고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이한 모습에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인디오 전통복장을 한 가족이 기도를 한다. 좀 더 예를 갖춘 모습에 많은 관광객들이 그들을 주시한다. 기도가 끝나자 가족들에게 술과 콜라를 따라준다. 우리나라의 제사를 지내고 음복을 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가족들에게 술과 음료를 따르고 남은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따라준다. 재빨리 달려가 손을 내미니 나에게도 한잔 따라준다. 우리의 소주잔보다 큰잔에 포쉬를 가득 따라준다. 40%정도의 독한 술을 한 번에 마셨더니 기침이 나온다. 그들이 그렇게 하길레 따라했는데 독하다. 블로그에서는 읽은 닭을 재물로 바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아주 특이한 기도 모습을 보고 전통술 한잔 얻어 마신 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로마 카톨릭 교황청에서 천주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한 것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성당을 나와서 공동묘지로 향했다. 오늘이 죽은자의 날이고, 어제 판테온에서 헛걸음한 것도 있어서 이곳에서의 공동묘지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지도를 보고 열심히 찾아가는데 멀리에서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공동묘지에 도착한 순간 충격적인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와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명절을 맞아 산소를 찾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는데 그곳에는 여러 팀의 음악밴드가 있었고 가족들은 무덤을 둘러앉아 준비한 음식을 먹고 맥주와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술에 취해있었고 심지어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조차 취한 사람들이 있었다. 죽은 이들에게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라고 알리는 요란한 의식을 치루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특히 어떤 한 팀의 밴드가 눈에 들어온다. 영화 코코에서 들어보았던 것 같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특히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부르는 여성 악사의 목소리가 가슴에 다가온다.
한참을 공동묘지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버스를 내린 시장쪽으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거리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누군가 블로그에서 3시 이후에 술취한 사람들이 많아서 차물라에는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글을 올려놨는데 정말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멕시코에서 이곳은 술과 콜라의 소비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코카콜라가 제일 저렴한 곳이 이곳(마트에서 제일 저렴한 음료는 코카콜라이다. 물보다 더 저렴하다.)인 것 같은데, 술과 콜라에 중독(?)된 그들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시내로 들어오는 콜렉티보가 우리 숙소 근처로 지나가길레 내려서 걸어 들어갔다. 우리가 가끔 옥수수를 사먹었던 광장이 있는 그곳에서 내려서 걸어들어가서 잠시 쉬다가 다시 시내로 나왔다.
강사 가비가 한식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수업 마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다. 오늘 Teddy’s coffee factory에 식사를 했는데 그의 남편 레오도 함께 식사를 했다. 다양한 한식을 경험해보기 위해서 여러 메뉴(불고기 잡채, 닭강정, 고기만두, 김밥)를 주문했는데 아주 맛있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스페인어를 배운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울랄라 카페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차를 마셨다. 식사비를 우리가 지불한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그들이 후식은 부담을 했다. 산크리스토발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이들과는 다시 만날 기회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카페앞에서 한참동안 이별식을 치루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세실리아가 거실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밝고 명랑한 그녀와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또다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아내가 세실리아와 많이 가까워진 것 같은데 더욱 서운해 한다. 그녀와도 함께 사진을 찍고 작별을 고했다. 오늘은 내일의 이별을 준비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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