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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ASIA(2026)/China 백두산 Harbin

소피아와 사랑에 빠진 은범

by 福이와요 2026. 6. 21.

2026.6.7.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았지만 심한 복통과 설사로 새벽 2시경부터 잠을 못 잤다. 어제 먹은 저녁 피순대가 원인이라고 추측해 본다. 친구는 가지요리를 주로 먹었고, 나는 양이 많아서 피순대만 골라 먹었는데 친구는 멀쩡한 것을 보니 그렇게 추측된다. 중국 여행을 하면 이상하게도 늘 배탈이 났다. 여행 중에 탈이 나기도 했지만, 짧은 여행의 경우에는 항상 귀국 후에 큰 탈이 나곤 했다. 전 세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음식으로 크게 탈 난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중국 음식만 먹으면 탈이 나는 원인이 아주 궁금하기는 하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자 더욱 세차게 쏟아졌다. 어제 받은 복이 과했다고 시샘하듯 오늘은 새벽부터 안 좋은 일들이 겹쳐서 발생했다.

백두산 등산 준비를 마치고 서파 매표소로 향했다. 탑승한 택시 기사가 번역기를 통해 입산이 통제되었다고 미리 알려준다. 여기는 비가 내리지만 산에서는 눈이 내려 도로가 통제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 백두산 서파에 오게 될 경우를 대비해 사전답사 차원에서 매표소로 향했다.

서파방문센터(池西区交通集散中心) 입구에 걸린 멋진 백두산 서파 사진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더 커졌다. 방문센터에 들어가니 일부 직원들만 보이고 아주 한산했다. 안에 들어가 오늘 오후에 열릴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으니 오늘은 절대 불가라고 답한다. 방문센터 내부를 둘러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장대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할 곳을 찾아보았다. 배탈도 있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던 중 비빔밥이 보인다. 만두와 비빔밥 하나를 주문해 먹었다. 음식이 들어가니 오히려 속이 편해진다. 역시 나는 강철 위를 가졌나 보다. 관광지 한복판에 있는 식당이라 기대하지 않았지만 음식 맛은 아주 별로였다. 주변에서 유일하게 판매하는 커피의 맛도 아주 별로였다. 나는 커피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 모두 마셨지만, 친구는 대부분을 남겼다.

백두산은 관람이 불가능했고, 주변을 검색해 봐도 이곳에서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등반을 하고 하루 쉬고 이동할 생각으로 숙소 2박을 예약했는데, 처음 방문하는 지역이라 숙소 위치도 잘못 잡았다. 평점과 리뷰를 보고 선택한 것이었는데 다음에 이곳에 방문한다면 숙소는 무조건 방문센터 근처에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1박 요금을 포기하고 하얼빈으로 하루 먼저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열차표를 변경하는데 건당 15위안의 수수료만 납부하면 가능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열차 이용 방법은 확실히 마스터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겪었고 열차 변경까지 경험했으니, 중국에서의 열차 여행은 어디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리셉션에 아무도 없어서 위챗으로 호스트에게 알리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역시나 아무 답변도 없었다.

열차표를 변경하는데 장춘역에서 하차하고 장춘서역에서 승차해야 했다. 지도를 검색하니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수 있었기에 갈아타는 열차표로 변경했다. 지하철 탑승 체험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장춘은 중국 동북지역의 공업도시로 발달한 곳이라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공장들이 이곳이 공업도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지하철도 잘 갖추어져 있었고, 장춘역 앞에는 쇼핑할 수 있는 곳과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많은 식당들이 보였다. 이곳은 연길, 이도백하, 송강하와는 규모가 다른 대도시였다.

지하철을 탑승하기 위해 교통 지하철 QR코드를 추가 등록했는데, 입구에 키오스크가 있어서 티켓을 구입했다. 친절하게 도와주는 역무원이 있어서 전혀 어려움 없이 표를 구할 수 있었고, 장춘서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탑승했다. 지하철의 시설이나 안내 시스템이 아주 깔끔하고 이용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서 마치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는 것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얼빈역에 도착했다. 역사의 철골 구조물이 영화 안중근에서 보았던 모습과 비슷해 익숙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이용한 다른 열차역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열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느라 늦게 움직였더니, 멀리서 역무원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하얼빈역 북광장으로 나와 고덕지도를 보면서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고덕지도의 GPS 위치가 정확하게 표시되지 않아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크게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고덕지도도 활용에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트립닷컴에서 예약한 숙소는 평점이 아주 높은데 요금은 매우 저렴했다(188위안). 숙소 위치도 지하철역 바로 앞이었고, 사진도 깔끔하게 나와 있었으며 후기 평점도 아주 좋아서 선택했다. 그런데 우리의 방은 1층에 배정되었고, 창문은 개방이 가능했지만 북쪽에 위치해 빛이 많이 들지 않았다. 모든 곳이 깨끗하고 시설도 잘 관리되어 있었지만 다소 칙칙한 느낌은 떨칠 수 없었다. 남은 이틀은 조금 더 비용을 들여 2500위안짜리 숙소로 예약을 마쳤다.

하얼빈의 야경을 보기 위해 중앙대가로 향했다가 소피아 성당으로 향했다. 우산은 하나뿐인데 폭우가 쏟아졌다. 상가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지만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다. 교차로 한 블록을 차지하는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멈춰 있었고, 1층은 마치 야시장처럼 각종 간식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먹거리를 눈으로 즐기며 밖으로 나오니 소나기는 그쳐 있었고 어느덧 소피아 성당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하얼빈의 랜드마크인 소피아 성당은 1907년에 건립되어 1932년까지 확장되었으며,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폐쇄되었다가 1997년에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때 하얼빈 인구의 3분의 1이 러시아인이었다고 하는데, 주변의 여러 건축물 등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중국 내에서 러시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야경을 즐기고 있는데 러시아 공주 복장을 한 많은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강한 소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이곳이 하얼빈 최고의 인기 관광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친구 은범도 소피아 성당의 매력에 푹 빠져 상당 시간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소피아에 반해버린 친구 은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소시지와 맥주를 마실 곳을 찾았는데 눈에 띄지 않았다. 맛있어 보이는 해물요리가 눈에 들어와 들어간 식당은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매운 요리를 하는 곳이었다.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설명해 주는 직원 때문에 뒤돌아 나올 수 없었다. 매운 바지락요리와 새우요리는 맥주를 부르는 음식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기에 요청했는데 식당에서는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하면 사 와서 먹으라고 한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국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이나 음료를 허용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유명한 2대 맥주 중 하나가 하얼빈 맥주라고 한다. 나도 깔끔한 뒷맛이 좋아 칭다오보다 하얼빈 맥주를 더 좋아한다. 숙소 옆 가게에서 하얼빈 맥주를 사 들고, 소시지를 사기 위해 다시 중앙대가로 가서 구운 소시지를 사 왔다. 숙소에 들어와 하얼빈에서의 첫날 밤을 즐겼다. 다만 소시지는 잘못 사 와서 맛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