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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undWorld/Cuba

11월26일]쿠바에서의 마지막 밤[쿠바 비냘레스 아바나]

by 福이와요 2018. 11. 29.

역시나 까사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도 푸짐하고 맛있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아내도 모든 음식을 먹어 치웠다. 자극적인 향신료와 조미료가 없는 음식이라 이곳의 음식이 너무 맘에든다고 연신 칭찬을 한다.

말타기 체험을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농장으로 이동했다. 농장에는 말이 20여 마리 있었는데 오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탄 말들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출발 정지 좌회전 우회전 방법을 배웠지만 말들이 알아서 방향을 튼다. 그들은 이미 길을 알고라도 있는 듯이 이동했다. 전혀 난폭하지도 않았고 엄청 순해 보였다. 그런데 내가 탄 말이 배가 많이 고픈지 틈만나면 주변의 풀을 뜯어먹는다.

30분 이동하더니 담배 농장에 들렀다. 시가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시가 하나를 펴볼 수 있도록 건네준다. 지난번 아바나에서 구입한 8쿡자리 시가보다 이곳에서 펴본 시가가 훨씬 부드럽고 좋았다. 한가치 만이라도 기념으로 4쿡에 구입하려고 했는데 1개는 구입할 수 없으며 5개 이상 만 판매한다고 한다. 결국 구입하지 않았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음료를 판매한다. 다소 비싼 편이었지만 팁이라 생각하고 커피와 모히또 한잔을 마셨다.

다시 말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말타기는 처음 하는 경험이었지만 낙타보다도 훨씬 편하고 좋았다. 낙타는 안장의 폭이 넓어서 조금만 있어도 힘들었는데 말은 훨씬 편안하고 재미있었다. 좀 더 빨리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말타기를 마치니 정확히 2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숙소까지 돌아가는 교통편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2.5km의 거리를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예약 전 미리 체크했어야 하는데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비냘레스의 비포장 시골길을 걸으며 돌아오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차량을 타고 돌아왔으면 보지 못하는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며 위로했다.

숙소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두 개 주문했다. 가격은 2쿡으로 맥주 1.5쿡과 함께 먹었다. 그런데 샌드위치가 너무 커서 한 개는 포장을 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곳 까사에서 먹는 음식은 우리를 절대 실망시키지 않았다.

학교에 갔던 자녀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고등학생이라던 딸은 25살 정도로 보였다. 거리에서 교복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모두가 20대 이상으로 보이던데 이집의 딸래미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시은이는 아직도 중학생으로 보인다고 하던데..ㅋㅋ

다시 아바나로 돌아오는 관광버스는 한가했다. 우리 포함 7명이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관광버스 젊은 여성가이드가 우리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고 신경을 많이 써준다. 아이들 주려고 준비한 사탕을 가이드에게 건네주니 더 좋아한다. 쿠바에서는 막대사탕을 아이들 못지않게 어른들도 무척 좋아한다. 하긴 상점에서 막대사탕을 보지 못했으니까.. 누군가 쿠바에 간다면 막대사탕 한봉지 가져가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세 번째 아바나에 도착했다. 오늘도 요반나는 방이 없어서 소개해준 근처 까사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들고 다니던 가방의 박음질이 터져서 근처에 가방 수리점을 찾아갔다. 그런데 한눈을 팔면서 이동하다가 공사하려고 만들어놓은 턱을 보지 못해 발을 헛딛고 말았다. 왼쪽 발목과 오른손목 아래 부분을 긁혀서 상처가 났다. 다행이 뼈나 인대가 다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양말과 신발을 신기가 불편할 것 같아 걱정이다.

약간의 부상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가방을 수리하기 위해 재봉을 했는데, 재봉사가 순 엉떠리 사기꾼이다. 50모네다를 주고 수리를 했는데 지퍼까지 박아버려서 다시 수리하는 과정에서 지퍼 이빨 하나를 손상시켜버렸다. 우리한테는 말도 안하고 건네주었고 우리는 부상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확인도 못했다. 다시 돌아가 항의를 하니 지퍼전체를 뜯어내려고 하기에(실력으로 봐서 완전 망가트릴 태세) 화를 내면서 그냥 들고 나와 버렸다. 요반나와 같은 블록에 있는 완전 돌파리 사기꾼 재봉사..

오늘 묵는 까사는 깔끔하게 리몰델링 한 곳이었다. 그러나 외부 창문이 없었고, 방바닥에서 밤새도록 물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피곤해서 그냥 곤히 잘 수 있었지만 민간한 사람은 편히 자기 힘들어 보였다. 잠시 까삐똘리오 광장에 나와서 시가를 입에 물고 쿠바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