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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La Tomatina 2018[스페인 치바 부뇰]

福이와요 2018. 9. 4. 22:18

토마토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부뇰에 다시 도착했다. 축제장에는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하기에 조그만 쌕을 짐보관소에 3유로를 주고 맡기고 9시경 안으로 들어갔다. 주머니에는 지퍼백에 담은 핸드폰, 신용카드한장, 현금60유로가 전부였다.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파타야 따기를 위한 성당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흥을 돋우고 있었다.

본행사 시작 전 돼지기름을 바른 나무에 매달려 있는 파타야 따기 도전이 시작되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조금씩 조금씩 높이 오르는 시도가 무모해 보이지는 않았다. 파타야를 따면 곧바로 축제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두시간이 지나도록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두시간이 결코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진을 찍고 지퍼팩을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것이 사라저버린 것이다. 너무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어 이곳에 있으면 위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로 발딛을 틈도 없었고 우리가 온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고, 그리고 5분 후면 축제가 시작되기에 그것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축제는 시작되었지만 잃어버린 지퍼백 때문에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인파로 인해 발딛을 틈이 없는 공간을 토마토를 실은 대형 덤프트럭이 6대나 지나 간다.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축제를 온몸으로 즐기는 젊은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흰색의 옷들은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땀냄새와 토마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당분간 토마토를 먹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다소 역겨운 냄새가 뒤섞였다. 길거리에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짓이겨진 토마토들이 쌓여있었고 여기에 온몸을 던져 뒹구르는 많은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한시간 동안의 토마토 전쟁, 토마토 난장판이 끝났다. 길거리에서는 호스로 물을 뿌려주고 있는 주민들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충 토마토 범벅을 씼어 냈다. 맡겨논 짐을 찾으려고 했는데 거기에서 나누어준 번호표도 함께 잃어버렸다. 경찰서에 가서 아내가 분실신고를 하기로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우리가 머물렀던 곳으로 가보았다. 이미 소화호스를 통해 많이 정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많은 폴리컵과 망가진 물안경 벗어버린 붉은 티셔츠 등이 한데 모여 있었는데 그곳에서 우리 물건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경찰서에는 우리처럼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수십명이 몰려있었다. 한 미국인은 렌트한 자동차 열쇠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었고 우리처럼 핸드폰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그곳에는 습득한 핸드폰들이 10여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둘러보았지만 우리의 폰은 없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폰은 아주 오래된 구형폰이고 현금이라서 여행자보험으로 보상받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곳을 떠나오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올 차비도 부족했다. 결국 길거리에서 모르는 한국인에게 부탁해 1.5유로를 얻어서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우리가 먹은 것은 아침에 먹은 크로와상 하나가 전부였다. 주변의 식당도 시에스타를 넘겨 오후 8시가 지나야 문을 연다고 한다. 결국 컵라면으로 식사를 하고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평생 기억에 남을 La Tomatino 2018을 그렇게 마무리 했다.